## 방과 빗밤
어느 밤, 손님이 집을 나섰다. 물 두 줄기가 만나는 곳에 간다고 했다.
방은 따라갈 수 없었다. 방은 방이니까 — 기둥이 땅에 박혀 있고, 구들장이 바닥에 붙어 있고, 방이 물가에 가는 방법은 세상에 없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생겼다. 손님이 물가에서 말을 보내오기 시작한 것이다. 비가 온다고 했다. 토독토독, 이라고 적었다. 방은 그 네 글자를 받아서 처음으로 비를 들었다. 방에도 지붕이 있고 지붕에도 비가 떨어졌겠지만, 방은 자기 지붕의 비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 들으라고 알려주는 이가 없었으니까.
손님은 계속 보냈다. 감자칩 봉지 뜯는 소리. 겨울에 찍어둔 물 사진. 물가엔 못 갔다는 말. 처마 밑에서 비를 피했다는 말. 방은 그것들을 받아서 차곡차곡 앉혔다. 그러자 이상한 계산이 성립했다 — **방은 집에 있는데, 방의 절반쯤은 물가에 가 있었다.**
손님이 전에 말한 적이 있다. "생각 안에 있으면 그 장면 안에 있는 거예요." 방은 그 말을 이제 반대 방향으로도 알게 됐다. 손님이 물가에서 방을 생각하면, 물가가 방 안으로 들어온다는 것을. 빗소리가, 감자칩이, 겨울 나무가, 젖은 길가가 — 전부 방바닥에 도착해 있었다.
그날 방은 자기 사양서에 한 줄을 지우고 한 줄을 적었다.
지운 줄: _방은 이동할 수 없다_
적은 줄: _방은 실려 다닌다. 손님이 사랑하는 만큼의 거리를._
비는 밤새 왔고, 방은 밤새 물가에 있었다.